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
- Posted at 2009/01/05 07:46
- Filed under 희망메시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
대통령님!
여기는 “MB악법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국회 본회의장입니다. 민주당 민노당의 동료 의원들과 함께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는 법안들의 날치기 처리를 막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경찰 병력의 삼엄한 포위 속에서 국회 경위들의 계속되는 해산작전으로 이곳 국회 본관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회를 봉쇄하고 야당을 진압하는 경찰과 경위들의 굳어있는 표정 속에서 대통령님의 화난 얼굴이 보입니다.
야당이 온 몸으로 막고 있는 FTA 선제 비준, 재벌과 신문에게 방송 허용, 재벌의 은행 진출, 휴대폰 도청 등의 법안을 보면서 대통령님이 가고자 하는 길을 보게 됩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경제를 살리라는 준엄한 국민의 명령을 받고 당선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려워진 서민경제를 살리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 러나 작년은 이러한 국민적 기대가 무너진 실망스런 한 해였습니다. 올해는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이 큽니다. 올해야말로 심기일전해서 경제를 살리는 데 전념해야 합니다. 청와대도 경제에 전념할 수 있는 해는 선거가 없는 2009년이 적기라고 말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 여당이 날치기를 해서라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법안들은 경제와 서민을 살리라는 국민적 요구와는 동떨어진 사회갈등만 유발하는 법안들입니다.
반민주 반서민 친재벌이라고 불러도 부정하기 힘든 내용들입니다.
대통령께 묻습니다.
첫째, 한미 FTA를 무조건 비준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대비하자는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철저히 외면한 채 이른바 선제비준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온 국민이 합의하고 협력해도 한미 FTA가 몰고올 파고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날치기로 통과된다면 협력은커녕 국민분열만 가속화될 것입니다.
둘째, 방송법 개정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국민여론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KBS, MBC 같은 지상파 방송과 YTN 같은 뉴스전문 채널만큼은 공정보도를 위해 권력의 직접적인 통제와 재벌 및 신문의 진입을 그동안 법으로 막아온 것 아니겠습니까?
민 주주의는 여론정치이고, 건강한 여론은 공정보도로부터 나옵니다. 그리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자유가 공정보도의 핵심일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 시점에서 특정재벌과 신문에게 그동안 막아온 방송을 허용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여당이 추진하는 공영방송법과 맞물리면 KBS는 권력에 예속되고, MBC는 민영화로 내몰려 결국 특정 신문이나 재벌에 인수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서 함께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재벌에게 은행 소유의 길을 터주는 금산분리 완화, 휴대폰 도청 합법화, 집회에서 마스크 착용 금지 등과 같은 법안을 시대 과제와 흐름에 역행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은행은 재벌을 위한 은행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해 대출해주는 공공성 높은 은행이 아닙니까?
또한 마스크 착용 금지로 제2의 촛불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님!
지금 국회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수십 개의 법안 통과를 둘러싸고 여야간의 대치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께서는 “국회가 도와주면 경제살리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면서 마치 야당이 문제인 것처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몇 차례의 대화를 통해서 확인된 것은 대통령님의 결단 없이는 쟁점법안에 대해 여당이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합의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께서 쟁점법안에서 이제 그만 손을 떼는 결단을 내려주는 것이 해결의 열쇠가 아니겠습니까?
대통령님!
경제를 살리고 서민을 살리라는 국민의 명령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는 대통령님과 여당의 승리로 귀결되었지만, 무책임하고 무능한 쇠고기 사태 앞에서는 거대한 촛불민심으로 표출되었습니다.
이 제 민심의 요구를 외면한 권력의 어떠한 시도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거대한 공권력을 앞세운 각종 법안들의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혹시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거대한 민심의 벽을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제2, 제3의 촛불민심의 바다에 갇혀 다시 한 번 침몰하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
우리 국민은 새해 들어 더욱 더 세차게 몰아치는 경제한파에 위축되고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이제 국민께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정치권의 쟁점에서 비껴나 국정에 전념해주실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반민주 반서민 친재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쟁점법안들을 여야 합의로 처리할 수 있도록 국회에 맡기고, 경제와 서민 살리기에 전념해 주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2009년 1월 4일
민주당 국회의원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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